[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 ⑦ 광릉숲
글: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살금살금 햇살이 스민다. 한 발자국씩 걷는 길마다 풀내음, 나무내음 자연의 향기가 실려온다. 살랑이는 바람은 더위를 식힌다. 산림청은 잘 가꿔진 우리 숲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국유림 명품숲을 발표한다.
올해는 가족이 함께 찾아가면 좋을 휴양·복지형 명품숲이 10곳 선정됐다. 이제, 숲의 매력에 빠질 때다. 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편집자 주)
550여년의 역사를 간직할 수 있었던 광릉숲의 비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문화유산 ‘광릉’을 포함하고 있는 ‘광릉숲’은 서울로부터 약 39km 떨어져 있으며 죽엽산과 소리봉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포천시, 의정부시에 걸쳐 전체면적이 2,240ha(1993)인 아름다운 숲이다.
55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잘 보존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광릉숲의 역사는 조선의 7대왕 세조(1468년)와 정희왕후의 능인 광릉으로 지정 된 후, 조선 왕실은 광릉을 중심으로 약 100여 정보(1정보는 3000평으로 약 9917.4㎡에 해당), 100만여㎡의 땅을 부속림으로 지정하고 능참지기를 두어 일반 백성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1913년에는 광릉숲 내에 현재 국립수목원(구 광릉수목원) 자리에 종묘장을 지어 임업을 연구하는 시험림으로 지정되어 개발과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1950년에는 전국의 산림을 황폐하게 만든 6.25 전쟁이 일어났으나 우리 선조들의 정성에 감복했음인지 전장의 포화는 광릉숲을 비켜갔다고 한다.
이후에도 우리 선배들은 1960~70년대 도벌꾼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해 초막을 짓고 상시 잠복근무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폭력배가 난동을 부리는 등 다사다난함 속에서도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광릉숲을 잘 보전하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그 결과 2010년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세계인의 숲으로 재탄생 할 수 있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을 알리는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550여년간 사람의 노력을 통해 인위적인 훼손으로부터 잘 보존된 광릉숲은 극상에 도달한 중부지역 온대활엽수림으로 자생식물 983종, 동물 4376종(조류 166종, 포유류 29종, 곤충 4181종), 균류 681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희귀식물인 광릉요강꽃 뿐만 아니라 장수하늘소(218호), 하늘다람쥐(328호), 수리부엉이(324-3호), 까막딱따구리(242호) 등 20여종의 천연기념물이 포함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광릉숲은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며 문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정되며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간섭이 최소화되는 핵심지역(core area), 핵심지역을 둘러싸 보호하며 환경교육, 생태관광 등의 생태적으로 건전한 활동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완충지대(buffer zone), 농경지와 주거지를 포함한 인접지역으로 지역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 관리가 이뤄지는 전이지역(transition area)으로 구성된다.
광릉숲은 생태계 모니터링과 조사, 연구가 이루어지는 핵심지역인 시험림(1723ha)과, 연구 및 교육의 장인 국립수목원(500ha)이 위치한 완충지역, 그리고 그 외곽의 전이지역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구성은 광릉숲이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함과 동시에 전이지역 주민들이 핵심지역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고 함께 숲을 보존하는데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행사로 2011년부터 시작된 ‘광릉숲 축제’가 있으며 연 1회 광릉숲 시험림의 일부를 개방, 지역민을 비롯한 국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삼림보존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한번 열리던 길을 국민과 함께하는 광릉숲길로
광릉내에서 출발해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능내교-광릉-국립수목원-산림생산기술연구소(산림과학원)를 이으며 숲을 관통하는 314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숲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람한 전나무 노거수와 아름드리로 자란 벚나무류, 귀룽나무, 쪽동백나무, 당단풍나무가 울창해 상록침엽수와 낙엽활엽수가 어우러진 경관은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통행자에게 자유로움과 설렘을 가져다주는 이곳은 계절에 따라 광릉숲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곳이다.
봄바람에 깨어난 다양한 수종의 새싹이 연출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은 경관이 지나갈 즈음 예쁜 봄꽃의 잔치가 이어져 마음을 절로 설레게 하고, 봄이 지나 햇살이 따가워지면 웅장한 나무들이 드리우는 녹음이 그 어디보다 시원하다.
이윽고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 햇살에 당단풍나무를 비롯한 뭇 나무들의 잎이 울긋불긋 선명히 달아오르고, 겨울에는 흰눈을 도화지 삼아 먹으로 그린 듯한 나목의 가지가 선연하여 잎 없이도 오히려 자태가 돋보인다. 이 모든 광경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들뜨게 하거나 고요한 사색으로 인도하여 영감을 주는 힘을 지닌다.
이 길은 숲을 최대한 보호하며 비좁게 지어진 차도라 보행자나 자전거 운행자들을 고려한 길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왔으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국립수목원은 숲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마음 편히 숲을 감상할 수 있도록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해왔으며 2017년 드디어 그 성과를 보게 되었다.
보행자를 위해 봉선사로부터 산림생산기술연구소까지 약 3km에 걸친 ‘광릉숲 길’을 개통할 계획이며 1차적으로 광릉숲 안에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에서부터 능내교까지 1km 가량의 구간에 목재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2018년 5월에 개방했다.
광릉숲 길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이 늘씬하게 뻗은 전나무 노거수들을 만날 수 있다. 숲의 하층에는 단풍터리풀, 천남성 등 다양한 자생식물들이 자리잡아 길가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능내교 앞에서 봉선사를 향해 다시 돌아갈 때는 오는 동안 미처 못보고 지나쳤던 식물들을 만나볼 기회를 다시 가져볼 수도 있고 나 홀로 숲길의 호젓함을 즐겨볼 수도 있다. 2018년 추가로 연장될(2km) 광릉숲길을 생각하니 그 아름다운 숲길을 더 걸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절로 마음이 설레온다. (산림청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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