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기업 탐방] ②(주)엑셀세라퓨틱스
-인문계 출신 CEO…타당성 검증부터 사업화까지 다양한 정부지원 활용
-세계 배지 시장 10년 후 7배 성장…세포증식 기반 기술 확보가 관건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오래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이제는 인류의 오랜 숙원이 돼 버렸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 세계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더불어 국가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정책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책브리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반과 정교한 생산관리 능력 및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을 찾아 현주소를 진단하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주>
살아있는 세포를 치료에 이용하는 ‘세포치료제’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주목 받아왔다. 기존의 치료제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 암, 신경퇴행성 질환, 유전병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치료제는 연구개발과 상업화,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먼저 치료 물질이 되는 세포를 배양할 ‘배지(세포의 영양밥)’가 필요하다. 배지에 가장 좋은 원료는 인간 태아의 혈청인데, 지금까지 윤리적·기술적인 한계로 채집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포치료제 연구용으로는 주로 ‘우태아 혈청(소의 태아)’ 배지나 ‘무혈청(인공)’ 배지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동물 혈청을 활용한 우태아 혈청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나 수급 불안정성이, 인체 유래 물질이 포함된 무혈청(인공)배지는 배양할 때 세포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는 데 있다.
이의일 (주)엑셀세라퓨틱스 대표는 우태아 혈청과 인공 배지가 가진 이러한 한계에 주목하고 7~8년의 연구 끝에 성분이 안전한 무혈청 화학조성 배지인 ‘셀커’ 기술 개발과 대량 세포증식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무혈청 화학조성 배지는 동물 유래 성분을 배제시키고, 화학적으로 규명 가능한 성분으로만 구성된 것이 강점이자 이전 배지와의 차이점이다. 성분은 비타민, 아미노산 등 약 200여가지 조성 물질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성분이 담긴 500ml 짜리 세포 배양액 제제 1병이면 8억~10억개 가까운 세포 배양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 엑소좀 등 재생의료 치료제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써 희소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제약바이오 산업계 트렌드를 읽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가 세포치료제 기술 및 생산 기반 시설에 눈을 뜬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국야쿠르트 경영지원팀장을 거쳐 자회사인 ‘메디컬 그룹나무’의 경영전략이사를 맡은 그는 2년여동안 헬스케어 사업 전반을 진두 지휘하면서 재생의료의 중요성과 발전가능성을 몸소 체감했다. 이는 바이오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한 기업체에 몸 담아 급변하는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체감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인문학계열 출신 회사원이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산업계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는 나름의 안목 덕분이었다”며 “특히 정부 정책 및 산업계 지원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민하게 반응해 사업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정부지원으로 일궈낸 사업모델 타당성 검증부터 사업화까지
지난 2015년 (주)엑셀세라퓨틱스를 설립한 이 대표는 설립 3년여만에 박사연구원 2명을 포함해 총 28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유망 기업으로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 회사로 성장했다. 성장의 비결은 사업모델 타당성 검증부터 사업화 전개에 정부지원을 적극 활용한데 있었다.
하나의 기술이 사업화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기술 및 사업모델 타당성 검증을 시작으로 특허 분석 및 전략 수립, 기술 상용화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어 양산기반 확보 및 시스템 구축과 각종 규격·인증 취득 후 국내외 사업화 전개 등의 복잡 다단한 과정을 거친다.
엑셀세라퓨틱스는 회사 설립 후 2016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정부과제 지원을 받아 사업모델의 타당성을 검증받았다. 사비를 들였다면 최소 5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기술특허 검증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과제 지원을 통해 기술 검증과 더불어 특허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원천기술이 탁월해도 제품 양산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거나 마케팅 및 네트워크 활로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사업 전개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엑셀세라퓨틱스 올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양산공정 개발 지원(사업명: 산업기술혁신사업) 명목으로 5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창업사업화 자금 지원을 비롯해 한국무역협회·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원한 2019 차이나 멤버십 프로그램인 차이나 링크에 참가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화 과정에서 A부터 Z까지 정부부처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사업의 실체를 갖출 수 있었다”며 “이를 기반으로 올 초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6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중국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포 배양배지 시설 구축 관건
엑셀세라퓨틱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경기도 기흥 GMP(생산시설) 시설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흥 공장은 연간 500ml 세포 배양배지 15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이달부터 공장 가동을 개시한다.
세계의료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세포증식 기반 기술 확보가 관건. 업계에서 세계 배지 시장은 2018년 5조원에서 2028년 35조원로 7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엑셀세라퓨틱스는 지난 9월 2022년 제 2공장 준공을 목표로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세포 배양 배지 생산 시설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첨복단지 내 의료연구개발 관련 특허 출원시 다른 특허 출원에 우선 심사(특허법)하며 ▲의료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의 의사와 치과의사 의료행위를 허용(의료법)할 뿐 아니라 ▲식약처장의 의료기기 품목허가 및 수입승인절차를 대폭 간소화(의료기기법) 등 8가지에 달하는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재생의료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중요한 기반시설인데, 지난달 정부에서 발표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 내용에 길라잡이가 될 만한 아젠다가 담겨 있었다”며 “규제선진화, 기반기술 투자 등을 범정부 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틀을 잡고 지원해준다면 기반시설 불모지에서 괄목할 만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관광부 국민소통실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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