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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종연 기자 | 팔로우뉴스

퇴근길 광화문 호프집에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오후 7시,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광화문.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한 호프집에 나타났습니다.

“퇴근길에 불쑥 시민들과 맥주 한 잔 나누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드디어 실행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청년구직자 배준 씨와 이찬희 씨, 안현주 씨,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태희 씨,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 씨, 아파트에서 일하는 김종섭 씨,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 씨,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씨, 중소기업 사장인 정광천 씨 등과 함께 맥주 한 잔을 나눴습니다.

오늘 초대된 분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경제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밝히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고 행사 직전에야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이니' 문 대통령과 빨래방에서 만나 삼겹살 데이트를 했던 군무원 준비생 '주니' 배준 씨도 함께 했습니다.

시민들 앞에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은 "깜짝 놀라셨죠?"라고 인사를 건넨 뒤,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최저임금, 노동시간, 또 자영업 그리고 고용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번개 모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은 "오늘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그냥 오로지 듣는 자리로 생각하고 왔다.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된다" 며 참석자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일들, 최근 생각하는 의견들에 대해 주로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23년간 음식점은 운영해 온 이종환 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수당, 주휴수당 등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속으로 정말 최저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 종업원 안 쓰고...그러다보니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다" 라며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경우에는 상당 부분을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원을 하는데 도움이 안되는지 물었고,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희 씨는 "4대보험을 100만원씩 매달 넣고 있는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하니 20~30만원이 나오더라. 그거 받으려면 4대보험 100만원 정도를 매달 내야한다"며 사업주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찬희 씨도 말문을 열었습니다. “토익, 오픽 등 취업을 위한 시험과 자격증 취득 비용이 한 달에 25만원 정도 든다” 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주니' 배준씨도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었는데 고시를 접고 다음학기에 복학해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고 근황을 밝혔습니다. 지난주부터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도시락 업체 사장님인 변양희 씨는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 아르바이트비 주고나면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 며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언어치료사로 일하다가 경력단절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안현주 씨는 "쌍둥이 낳고 일을 그만둔지 4년,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파트타임을 구해도,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르는 제도들이 확정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육에 대한 지원이 어떤지 물었고, 안현주씨는 어린이집은 전액 지원이 되지만 그래도 부모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다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힘들다. 수시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아이 기르기가 참 어렵다” 고 토로하며 울먹였습니다. 또 아이 돌보며 할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보니 파트타임을 찾게 되는데, 급여가 불안정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안현주 씨는 "아동수당 지원도 좋지만 보육교사 처우도 늘려주면 좋겠다. 힘든 만큼 대가를 못 받으니 열악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26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 씨는 "남북 평화로 가는 길로 가기 때문에 책방이 힘들어도 기쁘다" 며 돈은 없지만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책방에 근처 대학생이 오면 책을 공짜로도 주고, 외상으로도 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 는 은씨는 “책방이 수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마을 공동체와 오아시스가 되어야 한다” 며 책방 사장님으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호프집 통유리 너머로 퇴근길에 발길을 멈춘 많은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사진에 담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는데요, 꼭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야한다는 직장인 몇 분을 테이블로 모셔 맥주 한 잔을 나눴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하는 정부도 어렵고, 그래도 시간 지나 정착이 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주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냐 호소했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면서 "지지도 해 주시고, 고충을 이해해 주시고, 대안도 제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또한 "자영업자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이, 카드 수수료라든지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든지, 상가 임대료 문제,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쭉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텐데,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은 속도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간차가 나 늦어진다. 그래서 자영업 문제, 고용 밀려나는 분도 생기고, 그렇게 해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거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 듣고 싶어서 왔는데 경력단절, 취준생, 자영업자 등 여러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며 오늘 호프 번개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소소한 덧붙임 > "청와대 관람하고 싶은데 신청자가 많아 못하고 있다" 는 귀여운 현장 민원에 "현장접수를 20%정도 받으면 안되냐?"고 묻는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새치기는 안된다"며 철통방어한 임종석 비서실장. "대통령 빽으로도 안됩니다"는 김의겸 대변인의 2차방어. 청와대 관람은 청와대홈페이지에서만 신청가능합니다^^ (청와대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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